촬영담 (1)

2010.10.4: [우중 촬영] 어제 촬영하고 있을 때 화창한 날씨였음에도 갑자기 먹구름이 생기더니 가는 비가 내렸다. 나는 서둘러 카메라와 렌즈를 배낭에 집어넣고 레인 커버를 씌웠다. 집에 갈까 하다가 빛과 경치가 아름다워 주머니에서 똑딱이 RAW 디카인 Ricoh Caplio GX100을 꺼내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찍었는데 어느새 비가 그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암천을 씌운 채로 계속 촬영하는 건데. 맞서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2011.4.4: [거리에서 촬영하기] 송도 신도시는 여전히 공사 중이고 인구는 적지만,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센트럴파크를 나와 사람과 차량이 많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주변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버스나 승용차 안의 사람들, 길 가던 사람들이 쳐다보면 긴장이 되면서 경직된다. 대형포맷 촬영은 시선을 끌기 마련이라서. 그래도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익숙해지고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혹시나 주변의 건물 관리인이 나와서 제지할 때는 어떻게 대응하고 안심(?)시켜야 할지 종종 고민한다.

2011.6.12: [셔터 진동-2] 케이블 릴리이즈를 신속잠금소켓이 아니라 셔터의 셔터누름구멍에 직접 고정해서 셔터를 누르고 나서는, 과연 4×5 필름이다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모든 사진의 이미지 묘사가 확고해졌다! 바로 위에 있는 저 사진도 그렇다.

드롭-베드를 내리면서 리어 스탠더드와 평행을 이루도록 프론트 스탠더드를 뒤쪽으로 틸트함으로써 Front Fall를 증가할 수 있다. 나는 반영이나 지면 위주로 촬영할 때 이 무브먼트를 한다. Schneider Apo-Symmar 5.6/180mm 렌즈.

비가 오면 씌우는 레인 커버. 작년 여름까지 사용하던 Think Tank Photo의 StreetWalker HardDrive 배낭에 딸려오던 것. 하지만, 비가 가늘거나 그칠 때를 대비해, 계속 촬영 대기(비가 오는 중에도 장면 구성과 초점 확인을 계속 할 수 있는)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레인 커버를 만들려고 한다.

2011.7.18: [땡볕과 폭염] 오늘 아침 겨우 9시임에도 폭염이 숨을 막히게 했다. 땡볕에 폭염에 장소를 옮겨가며 촬영하다 보니 금새 탈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가져온 물을 다 마셨고 계속 촬영하면 쓰러질 것 같아서, 배낭을 꾸려 근처의 그늘진 벤치로 걸어가서 아내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곧 아내가 음료수를 사왔다. 정신을 차려서 겨우 집에 와서는 개처럼 뻗어서 곯아떨어졌다. 앞으로는 될 수 있으면 폭염의 정오와 이른 오후 촬영은 피하려고 한다. p.s. 요즘 촬영이 잦다 보니 얼굴과 손이 눈에 띄게 검게 탔다. 뭐,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2011.9.2: [장마철 렌즈 포그] 유난히 장마가 길었던 이번 여름, 갑자기 Schneider Super-Symmar XL Aspheric 5.6/110mm 렌즈의 앞부분 속 렌즈에 고리 모양의 흰 얼룩이 생겼다. 앞뒤 렌즈 덮개를 빼놓고 쪽마루 바닥에서 몇 시간 햇빛에 말렸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급기야 현상한 필름의 중간 부분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안개 같은 게 생겼다.(하지만, 모든 필름[장면]마다 생기는 건 아니었다.)

나는 며칠 전 라이카클럽의 염상협님 등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냈는데, 염상협님께서 렌즈 포그라고 말씀하시며 충무로 반도 카메라 건너편 빛그림 2층에 있는 전문 수리점인 삼성 카메라를 소개해 주셨다. 어제 110mm 렌즈를 가져갔다. 수리는 간단했다. 앞 렌즈 바깥에 있는 얇은 고정 링(이 링에 파인 홈이 2개 있다.)을 V자로 넓게 벌린 핀셋으로 돌려서 빼내면, 앞 렌즈와 속 렌즈가 분리된다. 그리고 속 렌즈를 꺼내 초극세사 천으로 닦았더니 말끔히 사라졌다. 수리하는 분께서 말씀하시길, 렌즈 포그를 오랫동안 내버려두면 닦아도 자국이 생긴다고. p.s. 앞 렌즈 분해 방법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끝이 뾰족한 스패너 렌치를 사용해 내가 직접 하려고 한다.

2011.9.2: [렌즈 셔터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서 돌아다닌다] 린호프 Recessed 렌즈보드에 설치된 슈나이더/린호프 Symmar-S 5.6/150mm MC 렌즈의 셔터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서 돌아다니는 소리가 나서 삼성 카메라에서 함께 수리했다. 원인은 풀린 나사였다. 수리하는 분께서, 이상이 생기면 셔터를 누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민감한 부분에 들어가서 고장이 날 수 있다고.

2011.9.12: [거리에서 촬영] 디지털 카메라로 담는 모습은 거리의 흔한 풍경이 됐지만, 대형포맷 필름 카메라는 항상 이목을 끌기 마련이다. 카메라가 크고 낯설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루페를 그라운드글라스에 대고 초점을 맞추는 것도 처음일 것이다. 아니, 시내 한복판에서 삼각대를 세우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 건널목을 건너면서, 버스 안에서, 승용차 안에서 많은 사람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지만, 이제 나는 더는 수줍어하지 않는다. 누군가 다가와 엄격한 표정으로 촬영하면 안 된다고 제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1.12.13: [촬영담 - 배낭 깔개] 오늘 아침 촬영 때 알게 됐는데 마른 땅이라도 아침에는 축축하므로 배낭을 보호할 수 있는 깔개(방수 천)를 깔아야 한다. 거친 돌이나 잡초가 있는 곳에 배낭을 내려놓을 때도.

2011.12.20: [촬영담 - 영하의 기온과 삼각대 헤드] 영하의 기온의 기온에서는 Linhof Master Technika classic이나 헤드에 있는 돌리개가 뻑뻑하다. 윤활유 같은 게 굳어졌기 때문인 듯.

2011.12.21: [촬영담 - 촬영 갔다 오면] 촬영 갔다 오면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2012.1.1: [촬영담 - 영하의 기온과 셔터 작동] 오늘 -3℃에서 2시간 30분가량 촬영을 했는데, 추워서인지 셔터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B 셔터로 촬영했다. 이번 겨울에 터득한 요령.

2012.1.14: [촬영담 - 바람이 셀 때는] 춥고 어둡고 바람이 셌던 지난 1월 1일 촬영 때 몇 장은 30초 ~ 1분간 노출해 찍었다. 하지만, 노출하는 동안 불었던 센 바람이 염려스럽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서 그런 상황이라면 코닥 Portra 400 같은 ISO가 높은 필름으로 찍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곧바로 세 번째 Grafmatic 4×5 필름 홀더에 Portra 400 6장을 끼워 넣었다.

2012.1.23: [촬영담 - Etsumi 5.4m Remote Pro Release] Etsumi 5.4m Remote Pro Release를 사용해 B 셔터로 노출하던 중 예정된 4초보다 1초 빨리 셔터가 닫히고 말았다. 영하의 온도 또는 케이블이 아주 길어서인지 아니면 케이블이 조금 꼬였었기 때문인지, 셔터를 누르기 전 공기주머니가 완전히 부풀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나는 곧바로 공기주머니 끝 부분에서 케이블을 분리해서 공기를 완전히 채웠다. 그랬더니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2012.1.24: Drop bed와 Front fall. 그리고 Front tilt forward를 살짝 했다. Linhof Master Technika classic, Schneider Apo-Symmar 5.6/210mm 렌즈(35mm로 환산하면 약 60mm), Etsumi 5.4m Remote Pro Release. 어제에 이어 오늘 촬영할 때는 Etsumi 케이블 릴리이즈의 공기주머니가 매번 완전히 부풀어 올랐다.

2012.1.24: [촬영담 - Drop bed와 Front fall] 어제 저녁 촬영 중에 삼각대를 낮추어야 했는데, 내내 허리를 숙여서 초점을 맞추느라 허리가 아팠다. 하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Drop Bed와 Front Fall을 하면(이미지 써클 범위 내에서) 삼각대를 낮출 필요가 없는데 왜 깜빡했을까?..

2012.2.8: [촬영담 - iPad 표면에 보얗게 김이 서렸다.] 어제 오후는 영하 7도 정도였던 것 같다. 이런 날씨엔 귀가하고 나서 배낭에서 iPad를 꺼내면 표면에 금새 보얗게 김이 서린다.

2012.2.8: [촬영담 - 추운 날씨, 어두운 저녁, 가방 꾸리기] 역시 어제저녁 일. 추운 날씨, 어두운 저녁, 가방 꾸리기가 힘들었다. 마침 주변에 사람도 없고 휑해서 외롭다는 생각도.

2012.2.12: [촬영담 - 익스트림 무브먼트] 어제 아침, 한 장면을 아랫부분 위주로 촬영하고자 드롭 베드를 30°로 내리고, ARCA-SWISS C1 cube 헤드의 돌리개를 조절해서 카메라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리어 스탠더드를 뒤쪽으로 완전히 쭉 빼내서 90°로 세웠다. 최종적으로 경사진 프런트 스탠더드 사이의 렌즈보드 각도를 필요한 만큼 조절하면 된다. 하지만 경사진 프런트 스탠더드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아닌가? 결국, 나는 이 방법으로는 촬영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프런트 스탠더드를 빼낸 다음 밑부분을 살폈다. 원인은 이 밑부분에 있는 가운데 고정 나사(조임 상태가 헐겁지 않음에도)의 어떤 결함 때문이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둔 똑같은 본래의 새 나사로 교체했고, 프런트 스탠더드는 어떤 경사에서도 완벽하게 고정됐다.

2012.2.17: [촬영담 - 익스트림 무브먼트-2] 프런트 스탠더드 밑부분에 있는 가운데 고정 나사의 손상/불량 문제가 아니었다. 이 나사는 약간 타원형이고, 각도에 따라 프런트 스탠더드의 조임 상태가 달라지는 걸 알았다.

2012.4.17: [나대지에서 생긴 일] 요즘은 송도신도시에 있는 나대지(지상에 건축물이나 구축물이 없는 대지. 엠파스 국어사전)로 들어가 촬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인근 주민이 이 나대지를 일궈서 저마다 텃밭을 만들고 씨앗을 뿌려 채소를 키우고 있다.(텃밭마다 나뭇가지를 박고 끈으로 둘러 영역 표시를 해놓았다.) 온갖 쓰레기로 가득하던 곳이 순식간에 깨끗하고 단정한 밭으로 바뀌는 걸 보면서 인간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아니 그보다는 내 것이 아닌가 내 것(?)인가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그 주변에서 촬영하는 나와 카메라를 보고는 다가와서 이곳이 곧 개발될 것인지를 묻곤 한다. 4×5 대형포맷 카메라, 삼각대, 그리고 그라운드글라스에 루페를 대고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측량 기기와 측량 기사로 보이게 했나 보다.

2012.5.9: [자전거 타고 송도신도시 촬영하기] 촬영갈 때마다 드는 배낭과 삼각대를 포함한 무게가 25㎏. 무게는 감당할 수 있지만, 예전에 -촬영 장소를 탐방 중에- 트럭에 치인 큰 교통사고를 겪고 나서는 허리가 썩 좋지 않아서 조심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부터 자전거를 눈여겨봐 왔다. 자전거라면 송도신도시 어디든지 빠르게 갈 수 있고, 앞뒤에 받침대를 설치하거나 트레일러를 달아 가방과 삼각대를 실을 수 있다. 요즘은 이렇게 자전거 생각뿐이다.

Brompton의 S2L-X.

Moulton의 TSR 9.

Burley Design의 Travoy.

2012.7.26: [살이 많이 탔다] 얼마 전 날씨가 아주 좋아서 오전에서 오후까지 7~8시간 촬영했는데, 그만 얼굴, 목, 팔이 검게 타고 말았다. 현재는 목과 팔의 허물이 벗겨지는 중. 그럼에도 다시 며칠 연달아 촬영 나갔다.

2012.8.25: [깊어진다] Fuji Provia 100F 4×5 20장 묶음이 90,000원으로 널뛰기 인상되고 나서 상실감이 컸지만, 나는 더 더 더 신중하게 장면을 찾고 고르고 기다리게 됐다. 또한, 대형포맷과 필름에 대한 애정이 갈수록 깊어짐을 느낀다. 기쁘다.

2012.8.25: [갈래 말래] 날씨와 빛이 아주 좋다. 기다려왔다. 공을 들여 한 장을 찍고 이제 배낭을 꾸려야 하는데, 더 기다리면 훨씬 좋은 장면을 담을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 내가 기대하던 것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에 방금 촬영에 만족하고 다음 장소로 갈 것인가, 더 빼어난 연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다릴 것인가, 갈등한다.

Linhof Master Technika classic, Schneider Super-Angulon 5.6/75mm 렌즈, Arca-Swiss C1 Cube 헤드, Really Right Stuff TVC-33 Versa Series 3 삼각대.

2013.2.5: [촬영담 - 타임머쉰] 1년을 기다려서(계절, 시기가 맞아야 해서)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시각에 빛을 기다려 촬영했는데, 1년 전과 똑같은 장면은 찍을 수 없었다.

2013.2.14: [GoPro HERO3 Black Edition이 잡아낸 장면] 렌즈에서 필터를 빼다가 그만 땅에 떨어뜨렸다. 마침 GoPro를 바닥에 놓고 내 모습을 Time Laps로 촬영하던 중이라서 그 순간이 기록됐다. 이날은 삼각대 2개를 들고 나갔다. 삼각대 2개와 배낭을 합친 무게는 22kg.

2013.7.16: [자전거 타고 송도신도시 촬영하기 2: 자전거가 필요한 이유] 한 짐 지고 오래 걸어서 촬영지에 도착했는데, 철거 중이거나 울타리를 세워놔서 되돌아야 가야 할 때. 어제 그랬다.

2013.9.2: [촬영담 - 노상] 어제 촬영 장소로 가려고 센트럴파크역을 지나던 중, 얼마 전 철인경기에 나가느라 힘들었다는 50~60대 남자가 불쑥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은 노상 센트럴파크에 사진 찍으러 오나 봐.

2013.10.25: [겨우 20장을 가졌을 뿐인데도] 며칠 전 후지 프로비아 100F 4×5 20장들이 1상자를 샀다. 필름이 없으면 사진을 못 찍는다는 절실함을 생각하면서도 –겨우 20장을 가졌을 뿐인데도– 신이 났다.

2014.7.16: 어처구니없게도 렌즈를 안 가져와서 촬영을 못 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렌즈를 끼우려다 알았다.

2014.9.19: 글쎄 오늘 새벽 촬영 때는 필름 홀더를 안 가져왔다. 아이구야.

촬영담 (2)

0 Responses to “촬영담 (1)”


Comments are currently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