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담 (2)

2016.2.7: 벌판/나대지/유휴지는 인적이 드물어서 혼자 몇 시간 있다 보면 적막감이 들곤 하는데, 얼마 전부터 아내가 골라준 Podcast를 아이폰 스피커로 틀어놓는다. 요즘은 ‘월간 윤종신’ 어수선한 영화이야기를 듣는 중.

2016.8.5: [인천시 버스노선 전면 개편] 인천시가 7월 30일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에 맞춰 같은 날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송도신도시로 촬영하러 다니는 내게는, 그동안 걸어서 가거나 갈아타서 가야 했던 곳들을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게 돼서 반가운 일이다.

소니 RX10으로 찍은 현장 스케치용 JPEG 파노라마 사진. 자주 가던 촬영지 중 한 곳이었다.

그동안 많은 인구가 유입, 왕래하고 곳곳에 아파트가 세워져서 노선이 늘어난 것일 텐데,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했던 전망이 가려지거나 빈 땅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2016.8.29: [낱장 필름 홀더에 암막을 제자리에 끼우자] 암막을 제자리에 끼우지 않고 홀더와 “리어 스탠더드의 후면 back” 사이에 끼울 때가 있다. 그러면 –아직 암막이 끼워지지 않은– 홀더가 약간 들어 올려져서 필름에 빛이 들어갈 수 있다. 어제 촬영 때 그랬다..

2016.8.29: [도착했을 때가 일몰 무렵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보통 나는 해넘이 무렵까지 기다렸다가 촬영한다. 날씨가 괜찮은 날엔 그때부터 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제는 도착했을 때가 훨씬 좋았다. 이제는 기다리지 않으리라.

2016.9.16: [다들 옛날 카메라라는 건 안다] 삼각대에 샤모니를 올려서 준비하고 촬영하는 동안 다가와서 말을 건네는 사람 중 중년 이상은 거의 모두 옛날 카메라라는 건 알고 있었다.

2016.9.17: [추석 문화가 바꼈다] 사람과 차가 많이 지나가서 찍지 못한 시내 풍경을 추석 연휴에 찍으려고 1년을 기다렸는데,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예전에는 집에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함께 보낸 것 같은데.

2016.12.5: [강좌 있는 날에도 송도신도시 촬영] 포토샵이나 라이트룸 강좌 하러 서울 가는 날, 마침 날씨가 좋으면 좀 애가 탄다. 그래도 강좌는 저녁에 하고, 나는 주로 해 질 무렵에 Provia 100F 4×5 컬러 트랜스페어런시 필름으로만 찍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라고 포기했는데, 요즘은 직접 흑백 현상을 하고 있고 –전에는 탐탁지 않아 했던– 그림자가 강한 낮이라도 흑백 필름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서, 강좌 있는 날에도 낮에 잠깐 송도신도시 촬영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가장 작은 배낭인 Bataflae 18L샤모니, 렌즈 1~2개, Rapid Load File 3-pouch, ARCA-SWISS C1 cube 기어 헤드, 노출계, 루페만 넣으면 된다.(이렇게 넣어도 15형 MacBook Pro Retina 디스플레이와 12.9형 iPad Pro를 함께 가져갈 수 있다.) 헤드를 떼어낸, TA-2-LC 레벨링 베이스 달린 TQC-14 삼각대는 배낭 옆구리에 달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이 되지 않게 하고. 샤모니를 가져가지 않을 때는 핀홀 카메라로라도.

2016.12.10: [춥다] 어제오늘, 촬영할 때 좀 추웠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작년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무더운 여름이 길어서였을까, 추워지고 나서 한동안 촬영을 안 가서 적응이 더딘 걸까.

2016.12.11: [삼각대를 건드리지 말자] 촬영 준비(프레이밍, 무브먼트, 포커싱)를 하고 나서 때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실수로 삼각대 다리를 무릅이나 발로 건드리곤 한다. 그러면 다시 준비해야 한다. 오늘 촬영 때도 또다시..

2017.1.7: [주기적으로 촬영을 못가면] 가끔 나는 우리나라에서 뷰 카메라로 가장 자주 촬영하러 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과연?), 지난 12월 11일 이후 거의 4주 동안 못 갔다. 그러다가 다시 촬영을 가면 왠지 감각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p.s. 어제가 올해 첫 촬영이었다.

2017.5.5: 오늘 오후에 송도신도시 촬영을 나갔는데, 바람이 드세서 “오늘은 안 되겠어” 라고 중얼거리다 곧이어 나도 모르게 “미안해”라고 말했다.

[+] 사진을 누르면 큰 사진을 볼 수 있다..

2017.5.23: [샤모니 설치 중] 이틀 전인 일요일 송도신도시 촬영 때. iPhone 6s Plus에 ExoLens ZEISS Mutar 2.0x Asph T* 망원 렌즈를 끼우고 TIFF 포맷으로 촬영한 타임-랩스 중 한 장. 나는 현장에서 내 카메라맨이다.

2017.6.10: [배낭 꾸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 본격적으로 아이폰 4K 비디오를 찍다 보니, 함께 가져가는 TQC-14 삼각대에 아이폰과 오디오 기기를 설치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촬영 때까지 3시간 정도 일찍 가긴 하는데, 촬영이 끝나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짐을 꾸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귀가가 20~30분 늦다. 그래도 –필름은 현상할 때까지 볼 수 없지 않은가– 그날 찍은 4K 비디오를 현장감 넘치는 오디오로 볼 생각에 마다하지 않는다.

2017.6.11: 예전에는 렌즈 서너 개를 넣고 다녔는데 미리 스케치한 장면 대로 찍게 되자 두 개만 넣고 있다. 이 중 한 개는 예정한 장면을 찍을 수 없을 때, 다른 장면을 찍으려고 예비용으로 준비한 것. 오늘은 58mm와 110mm를 가져갔는데, 58mm로 찍으려던 곳이 좀 다르게 바뀌었고, 110mm 장면은 다시 보니 135mm로 찍는 게 나아서 촬영하지 않고 되돌아 왔다. 매번 그랬고 오늘도 사람들이 힐끔 쳐다볼 만큼 큰 짐을 메고 왔는데 말이다.

2017.7.1: [비디오를 찍다 보니 더 자주 촬영가게 된다] 송도신도시 촬영이 가장 중요하지만, 비디오 찍는 재미에 더 자주 촬영가게 된다. 동기부여에도 한몫한다.

2017.8.14: [송도신도시, 어엿한 도시가 되어간다] 오늘 새벽에 촬영지로 가면서 테크노파크역에서 센트럴파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거의 모든 좌석이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좀 놀랐다. 아직 나대지도 많고, 여기저기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어엿한 도시가 되어간다.

2017.8.28: [촬영 촬영 촬영]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연속으로 나갔다. 구름 형태와 분포가 신통치 않았다. 어쩌면, 비디오 찍는 재미로 나갔다고 할까.

2017.9.8: [탐험간다] 오후에 촬영 나가면서 집 앞 슈퍼마켓에 들렸다. 삼각대 달린 큰 배낭과 한 손에 든 Ries H100 나무 삼각대를 보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이게 뭐야, 탐험다니시나 봐. 장비가..”

2017.12.10: [스케치하러 갈 때는 핀홀만] 송도신도시에서 촬영할 장면은 다른 장면을 촬영하러 가는 중에 발견해서 결정해 왔는데, 25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가는 중에 찾다 보니 적극적으로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부터 스케치하러 갈 때는 Gura Gear의 Bataflae 26L 배낭에 –아주 가벼운– 120과 4×5 핀홀 카메라들만 넣고, 따로 스케치 촬영하기로 했다. 삼각대도 가장 작고 가벼운 –아이폰 비디오용으로 사용하는– TQC-14를 들고 가련다.

2017.12.10: [겨울엔 춥고 바람까지 세게 불면 힘들다] 그래서 촬영을 주저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저 편안한 시내나 그 주변에서 촬영할 뿐, 산에 오르거나 비교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서 촬영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나약함과 안일함을 떨치려고 애쓴다. 이와 함께, 춥고 바람 세서 주저하는 겨울 생각해서 따뜻한 계절에 게으름 피지 말고 자주 나가자는 다짐도.

2018.1.9: 오늘 오전, 송도신도시에서 알게 된 사진가분과 만나 전시장 조명이 프린트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헤어질 때 카메라가 든 작은 배낭을 멘 그분께 어디로 가실 건가요? 댁으로 가는 버스는 이쪽에서, 전철역으로 가는 버스는 건너편에서 타시면 된다고 여쭈었더니, “나는 어느 쪽에서 타든 상관없어요. 건너편에서 버스 타면 오랜만에 그쪽을 다녀보려고”라고 순박하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만난 곳은 이미 그분 댁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집에서 반대쪽도 상관없다는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잠시 동요됐다.. 한편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배낭에 핀홀 카메라 좀 챙겨서 끼워달라고 했을 텐데..

Provia 100F 4×5 컬러 트랜스페어런시 필름의 노치 코드.

2018.5.22: [프로비아 100F 노치 코드] 흑백 필름으로만 촬영 중인 요즘, 몇 장 남은 프로비아 100F 필름을 오랜만에 홀더끼우면서 낯설면서 낯익은 감촉을 느꼈다. 주로 Arista EDU Ultra 100과 Foma Fomapan 200만 사용해서 인지 긴 노치 코드가 내 변화를 새삼 실감케 했다.

2018.5.22: [백업 렌즈] 당일 찍을 장면에 필요한 렌즈 하나 외에, 그 장면을 찍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다른 장면용으로 렌즈를 하나 더 가져간다. 그래서 항상 렌즈 2개를 가져간다.

2018.5.26: [안경] 3일 전 촬영 때, 동네에서 산 안경을 끼고 처음으로 렌즈 조리개를 맞췄다. 어두워지면 가까운 게 흐릿하게 보여서.

2018.5.27: [미세먼지 측정] 오늘 촬영 때, 샤모니 앞에서 노출계를 눈에 대고 노출을 측정 중인 나를 보고, 어떤 중년 여성이 “미세먼지를 측정하시나 봐요?”라고 물었다.

2018.6.15: [작은 캠핑] 송도신도시에 나대지가 남아 있을 때, 텐트는 못치더라도 촬영 중간 스토브에 커피음식을 끓여서 먹고 싶은 로망이 생겼다.

AVEX의 700mL 용량 FreeFlow Stainless Autoseal 물통.

2018.7.6: [얼음물] 지금까지는 촬영 때마다 계절에 따라 500mL ~ 1L 생수병을 가져갔는데, 앞으로는 보온병에 얼음을 넣어서 가져가야겠다. 더운 여름엔 미지근해지니까 –어제 촬영 때도– 많이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2018.7.15: [카메라를 안 가져 오다니!] Schneider Apo-Tele-Xenar 5.6/400mm Compact MRC 렌즈로 찍고 싶은 장면이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녁 빛이 무척 좋아서, 단촐하게 Bataflae 26L 배낭에 몇 가지만 챙겨서 택시 타고 갔다. 삼각대를 펴고 나서, 배낭에 있는 Renaissance Photo Tech의 대형포맷 카메라 보관함을 연 순간 놀라고 말았다. 아.. 샤모니가 없다.

Mark II Artist’s Viewfinder 앱으로 스케치한 장면. Singh-Ray의 5-스톱이나 10-스톱 82mm Mor-Slo ND 필터를 끼워 촬영하려고 한다.

전날에도 같은 배낭에 샤모니를 넣어 촬영 갔었는데, 귀가해서 원래대로 Pro ICU XL로 옮겨 넣은 걸 깜빡했다..

2018.7.19: 어제 다시 갔다. Arista EDU Ultra 100 4×5 흑백 필름으로 2장 찍었다. 5-스톱 ND 필터를 끼워서, 한 장은 1분, 다른 한 장은 2분으로 찍었다. 현상해봐야 알겠지만, 물결을 완전히 평평하게 하려면 셔터 속도를 더 길게 해야 했지 않았을까?..

2018.7.20: [이렇게 더운데 촬영갑니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촬영하러 갑니다, 촬영 중입니다라고 수강생분들에게 얘기하면, “이렇게 더운데 촬영갑니까?”라며 놀라신다.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날씨(구름 없이)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모자, 두건, 팔 토시, 장갑을 착용하긴 하지만, 더위는 피할 수 없다.

2018.7.29: [얼음물 -- 여름엔 700mL 2개가 필요!] 오늘 새벽 촬영 때, AVEX의 700mL 용량 FreeFlow Stainless Autoseal 물통에 얼음을 잔뜩 넣어갔지만 금세 바닥났다. 햇빛도 강렬한데 갈증이 심해져서 촬영도 귀찮아졌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아이스바를 돈 되는 대로 사서 들어갔다. 참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메로나를 삼키듯이 집어넣었다.

2018.8.26: [새벽 촬영은] 장면을 비추는 빛 방향에 따라 오늘처럼 종종 새벽에 나가 해 뜰 무렵 촬영한다. 첫 버스를 타고 가는 데 –여름에는– 차창 밖에서 밝아지는 하늘을 보며 더 빨리 가면 좋을 텐데 조급해한다. 택시는 비싸서 탈 수 없고, 요즘은 주어진 상황을 대하자며 평소처럼 하려고 노력한다.

2018.10.1: [포인트를 알려주고 말았다] 3일 동안 매일 이른 아침 센트럴파크의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공원을 걷던 사람들이 알아보곤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걷기 운동하던 중년 여성분이 호기심을 가져서 스크린을 보여드렸더니, “다음에 운동할 땐 이 자리에서 찍어봐야겠다.”고 말했다. 포인트를 알려주고 말았다.

또 다른 중년 여성분은 이틀 연속 만났다. 저 앞에 있는 송도아트윈푸르지오에 산다면서 자신도 사진을 찍지만 서투르다고 했다.

중년 남성 두 명도 말을 걸어왔다. 한 분은 내가 펜탁스 Spotmeter V 노출계로 해수로에 반영된 건물의 노출을 측정하는 걸 보고, 요즘 송도에 원인불명의 악취가 난 일이 있어서 내가 해수로를 검사하는 줄 알았다고. 두 분 모두 샤모니가 옛날에 보던 필름 카메라라는 걸 알고 있었다.

촬영담 (1)

0 Responses to “촬영담 (2)”


  1. No Comments

Leave a Reply

You must login to post a comment.